"바이러스 게임=문화 침해?".. 중국 현대판 '억지' 쇄국정책

관리자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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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중국에 치이고 판호에 까이고.. 갈곳 없는 '한국 게임'①] 치사해도 참는다.. 중국 못 버리는 韓 게임사


[편집자주]세계 최대의 시장을 꼽으라면 산업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느 분야든 중국은 가장 유력한 후보에 들 것이다. 14억3900만명 인구에서 나오는 구매력은 국내는 물론 다른 시장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그 인구의 약 46%를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라면 우리 기업에게 더더욱 거부하기 힘든 유혹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한창 잘나가고 있는데 정치·외교적인 사안을 빌미로 쫓아낸다면? 기업으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을 노릇이다. 그 와중에 중국이 같은 비즈니스로 한국시장에서 떼돈을 벌어간다면? 그런 일이 실제로 우리 게임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게임을 문화 콘텐츠로서 전략적으로 육성해왔다. 중국 내 6억6500만명에 달하는 게임 이용자가 이를 뒷받침한다. 거대한 자본과 수많은 인력을 바탕으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수년간 밀어준 결과가 최근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게임으로 진행되는 ‘동북공정’도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우리 업계는 어떻게 살길을 모색하고 있을까.


컴투스는 자사 게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중국으로부터 외자판호를 부여받았다고 지난해 12월2일 밝혔다. /사진제공=컴투스

컴투스는 자사 게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중국으로부터 외자판호를 부여받았다고 지난해 12월2일 밝혔다. /사진제공=컴투스

막혔던 한국게임의 중국 수출길이 다시 열릴지 업계 관심사다. 이는 중국이 컴투스의 간판 게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에 외자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발급하면서다. 중국은 2017년 3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자국에서의 게임 유통을 허가하는 외자판호를 한국게임에 주지 않았던 터. 4년 만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에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왔다.

하지만 정작 게임업계는 “아직 일회성 발급일 뿐”이라며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경우 지난 몇년 간 판호 심사 규정을 강화하는 등 해외 게임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中 게임선 결혼도 못 한다… 엄격해진 판호 심사 규정


컴투스는 자사 게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중국으로부터 외자판호를 부여받았다고 지난해 12월2일 밝혔다. 컴투스 관계자는 “서머너즈 워에 대한 판호 발급은 2016년 신청했다”며 “세계 전역을 타깃으로 활발히 서비스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호재 속에 컴투스 주가는 공식 입장 발표 다음날인 3일 6.73%(8400원) 급등한 13만3200원에 장을 마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한령이 해제돼도 사드 사태 직전만큼 판호를 발급받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게임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해외 게임사에 대한 규제를 꾸준히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그 탓에 사드 사태 이전에도 중국이 한국산 게임에 발급한 판호는 9년 간 겨우 158건에 그쳤다. ▲2009년 13건 ▲2010년 11건 ▲2011년 19건 ▲2012년 19건 ▲2013년 25건 ▲2014년 17건 ▲2015년 9건이었다. 2016년 이례적으로 34건까지 늘었지만 중국 정부가 판호 발급을 권고에서 의무로 바꾸면서 2017년 11건으로 다시 줄었다.

사드 사태 이전에도 중국이 한국산 게임에 발급한 판호는 9년 간 겨우 158건에 그쳤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사드 사태 이전에도 중국이 한국산 게임에 발급한 판호는 9년 간 겨우 158건에 그쳤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이에 더해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2019년 새로운 판호 심사 규정을 발표했다. 한층 까다로워진 규정안은 판호 승인 게임의 총량을 제한하고 3회 신청까지 떨어지면 추가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한령이 해제된다고 해도 국내 게임사가 제한된 판호를 가지고 각축전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전투게임에서 어떤 종류의 액체를 흘려선 안 된다거나 결혼 시스템이 있는 게임의 경우 미성년자에게 해당 시스템을 개방하지 말라고 규정하는 등 판호 발급이 가능한 해외게임을 극히 제한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번 천만원에 이르는 판호 신청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국내 게임사가 겪는 부수적 어려움이다.

판호를 발급받는다 해도 언제 퇴출당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중국 시장의 불안정성도 업계가 마냥 장밋빛 전망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 영국 게임개발사 ‘엔데믹 크리에이션스’가 2012년 출시한 게임 ‘전염병 주식회사’(Plague Inc)는 지난해 2월 돌연 중국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 삭제됐다. 바이러스를 퍼뜨려 전세계 인류를 감염시키는 것이 목적인 이 게임이 중국 문화에 반하는 콘텐츠를 포함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각에선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이 이를 의식해 퇴출조치를 한 것 같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전까진 중국에서 멀쩡히 8년을 서비스해왔기 때문. 개발사 측조차 “해당 게임은 수년간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던 유료 게임”이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中 시장 포기 못 한다… 전문가들 피해방지책 촉구


그럼에도 중국은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향후 새로 진출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거나 진출을 희망하는 국가가 있다고 응답한 국내 게임업체 74곳 중 신규 진출 희망 국가를 조사한 결과 ‘중국’이 38.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다. 14억명을 넘는 인구를 보유한 중국의 내수시장 규모는 세계 최대이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게임의 주요 수출국가 및 권역을 조사한 결과 중국이 40.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19년 국내게임의 해외 수출액이 약 7조3002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매년 중국으로부터만 약 3조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그렇다면 북미시장 역시 규모가 큰데 왜 중국이었을까. 중국은 진입장벽이 높지만 출시만 하면 ‘대박’이라는 인식이 높은 반면 북미시장의 경우 각 나라 토착 게임사의 시장 점유율이 높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같은 아시아 지역의 문화이기 때문에 서구권 시장보다 공략하기 용이하다”며 “높은 완성도와 재미를 동시에 갖춘 게임이라면 중국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게임사는 중국 수출길이 막힌 지난 4년 동안에도 악착같이 우회경로를 모색해왔다. 중국 판호 브로커와 접촉하는가 하면 중국 IT 3대 기업인 텐센트에 IP(지적재산권)를 제공하기도 했다.

크래프톤이 개발한 배틀그라운드(배그) 모바일은 판호를 획득하지 못하면서 중국 내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사진제공=크래프톤

크래프톤이 개발한 배틀그라운드(배그) 모바일은 판호를 획득하지 못하면서 중국 내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사진제공=크래프톤


대표적인 예가 크래프톤이 개발한 배틀그라운드(배그)다. 배그 모바일은 판호를 획득하지 못하면서 중국 내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하지만 뒤이어 텐센트가 ‘화평정영’이라는 이름으로 배그 모바일과 흡사한 게임을 출시했다. 크래프톤은 두 게임이 무관하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크래프톤이 텐센트에 배그 IP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았다는 의혹은 거듭 제기됐다. 배그 모바일의 모든 유저 데이터가 화평정영으로 그대로 옮겨갔을 뿐 아니라 크래프톤의 2019년 연간 사업보고서에서 모바일 매출이 전년대비 4400억 늘어난 사실이 발견되면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의 경우) 중국이라는 시장에 진출을 해야 하는데 당장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없으니 IP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IP 수익을 포기하고 중국 게임사에 개발을 맡길 만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우회 수출 과정에서 억 단위의 브로커 사기를 당하거나 로열티를 못 받는 등 피해를 입는 사례도 발생했다. 국내 대형 게임업체 한 곳도 최근 “돈을 주면 판호를 받아주겠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아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내가 중국에서 사업을 오래 해서 같이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고 관계자들과 형·동생 하는 사이야’라며 판호를 받아주겠다는 사람이 올해 부쩍 많아졌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사가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중국 진출과 관련 정부 차원의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판호와 관련한 모든 업무는 중국 현지 회사가 대행하게 된다”며 “이 때문에 많은 국내 게임사가 발급기준과 절차 및 발급주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의원(국민의힘·대구 북구을)은 “현재는 국내 각 게임사마다 판호 발급을 위해 각자 노하우를 쌓아야 하는 구조다”라며 “중국 시장이 불확실성에 놓여있던 만큼 정부 차원에서 판호와 관련해 정확한 정보전달과 기업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판호를 통해 수출 활로가 열리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게임산업이 새로운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소현 기자 kang42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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