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도 못쓰고 200m 미끌···1분도 안돼 車 29대가 덮쳐왔다

관리자
2019-12-20
조회수 106

'도로 위 암살자' 블랙아이스 사고의 재구성
경찰, 고속道 연쇄추돌사고 수사 상황 발표
사고 후 갓길 멈춰선 차량 잇따라 들이받아
뒤늦게 드러난 ‘의문의 차량’은 연관성 적어
화재 원인과 회사 업무 과실 여부 등 조사중


14일 오전 경북 군위군 소보면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다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 후 현장 모습. [사진 경북소방본부]


결국 ‘도로 위 암살자’로 불리는 블랙아이스(Black Ice)가 원흉이었다.


투명한 얼음이 도로 위에 얇게 만들어지는 현상을 일컫는 블랙아이스에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량들은 속절없이 47중 추돌사고를 일으켰다. 화물차 운전 경력 20년의 베테랑도 피할 방법이 없었다. 14일 경북경찰청이 발표한 상주~영천고속도로 연쇄 추돌사고 수사 상황에는 그날의 처참했던 장면들이 묘사돼 있다. 당시 사건을 재구성했다.


사고의 시작

14일 오전 4시 38분,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행선 영천방면 달산1교. 다양한 차량들이 각기 목적지를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깊은 새벽인 탓에 차량 정체도 없었다.


운전자들은 자신이 달리고 있는 도로 위에 불과 수㎜의 살얼음이 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사고 당일 새벽엔 흩날리는 듯한 비가 잠시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군위군에는 오전 3시 48분부터 비가 왔다. 기온은 영하 1.7도. 블랙아이스가 만들어지기 최적의 조건이다. 일단 블랙아이스가 생기면 그 도로는 일반 도로보다 14배, 눈길보다도 6배가량 더 미끄럽게 변한다.


위태로운 차량 통행은 결국 사고로 번졌다. 도로를 달리던 승용차 한 대가 무려 200m가량을 미끄러지면서 중심을 잃었다. 이 차는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운전자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차량이 갓길에 거꾸로 멈춰서 있었다. 뒤이은 대형 연쇄 추돌사고가 시작되는 데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4일 오전 경북 군위군 소보면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다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화재까지 나며 사고 차량이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트럭 등 29대가 연달아 ‘쾅, 쾅’ 굉음을 내면서 충돌했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소용 없었다. 운전자들은 말 그대로 눈을 뜬 채로 당했다. 이 사고로 6명이 숨지고 20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부딪쳐 뒤엉켜 있는 차량 사이로 화재도 발생했다. 어두컴컴한 고속도로 한가운데 지옥도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10분 뒤인 오전 4시 48분 첫 번째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4㎞ 떨어진 상주~영천고속도로 하행선 상주방면 산호교에서도 연달아 충격음이 퍼졌다. 이곳 역시 블랙아이스가 얇게 도로 위에 깔려 있던 상태였다. 이곳에선 차량 18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경북 상주소방서 구조2팀 대원들은 그곳을 “전쟁터 같았다”고 표현했다. 바닥이 온통 빙판길이어서 한 사람당 15~20㎏의 소방장비를 들고 뒤뚱뒤뚱 뛰었다고 한다. 사고 현장에 발생한 화재는 사고 3시간 뒤인 오전 7시 44분에서야 꺼졌다. 사상자들은 구미 차병원, 상주 성모병원 등 인근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다.


사고 전 ‘의문의 차량’ 있었다

첫 연쇄 추돌 사고가 나기 15분 전쯤 사고 지점에서 40~50m 앞쪽에 비상등을 켜놓고 서 있던 차량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한때 이 차량이 대형 연쇄 추돌사고를 일으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 차량 역시 단독 사고를 일으켜 갓길에 정차해 있었을 뿐 대형 연쇄 추돌사고와는 연관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 연쇄추돌 사고와 화재가 겹친 상행선 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는 있다. [연합뉴스]


‘의문의 차량’은 사고 15분 전쯤 주행 중 갑자기 미끄러지며 중앙분리대와 가드레일을 잇따라 3차례 들이받고 1차로에 멈춰섰다. 사고 후 운전자가 차량에서 나와 사고 차량 앞과 갓길을 오가다가 오전 4시 41분쯤 차량을 갓길로 이동시켰다. 그렇게 견인차를 기다리다가 오후가 돼서야 차량 견인이 이뤄졌다. 이 차량이 갓길에 서 있는 동안 30여 대의 차량이 서행하면서 이 차량을 비켜갔다.


화재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

경찰은 첫 번째 연쇄 추돌 사고 당시 어떤 이유로 화재가 발생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7일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한 폐차장으로 이동 조치된 총 8대의 화재 차량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로 인한 차량 화재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일어날 수 있어 현재는 원인을 단정짓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TV(CCTV) 분석 결과 앞서 추돌한 10여 대의 차량에 이어 카니발 리무진과 6.5t 트럭이 잇따라 추돌 사고를 내고, 곧이어 스카니아 트렉터가 이 차량 2대에 부딪히면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어 화재가 나 주변 차량으로 확산됐다. 화재 차량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이 심해 원인 분석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16일 오후 군위경찰서·한국도로공사·도로교통공단 등 관계기관 조사관들이 지난 주말 '블랙아이스' 연쇄추돌 사고로 3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군위군 소보면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사고 현장에서 합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관리 업체는 매뉴얼 지켰나

상주~영천고속도로를 관리하는 상주영천고속도로㈜는 제설제 살포에 대한 매뉴얼을 갖고 있다. 노면 온도가 3도 이하일 때 우천이 예보되면 1~2시간 전 결빙을 막기 위해 제설제를 살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상주영천고속도로㈜는 용역업체에 제설 작업 등 유지·보수를 위탁하고 있다.


경찰은 이 업체가 사고 당일 제설용 염화칼슘 수용액을 도로에 뿌렸는지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16일 합동조사단이 사고 현장을 찾았을 때 이 용역업체 직원이 “사고 지점에 염화칼슘 살포 작업을 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진 상태다. 직원의 증언과 달리 해당 용역업체 측은 “사고 전 염화칼슘을 뿌렸는지 아닌지에 대해 확인 중”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회사 관계자 4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고 앞으로 추가로 관계자 조사를 펼칠 계획이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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