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도 실현 가능성도 없다… 여야 총선 1호 공약부터 ‘票퓰리즘’

관리자
2020-01-16
조회수 47

민주당 “공공 와이파이 확대”… 통신업계 “세부 실행계획도 없어”

한국당 “탈원전 폐기ㆍ값싼 전기”… 지지층 의식 ‘反文’에만 초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15일 4ㆍ15 총선 1호 공약을 발표했다. 정당이 선거 때 내놓는 1호 공약은 ‘정치를 통해 무엇을 하려는가’가 집약된 대상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국당의 이날 공약에선 그런 철학과 고민을 제대로 찾아볼 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관석, 홍익표 의원과 청년당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총선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공공 와이파이 전국 확대’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공공 와이파이(WiFi) 전국 확대’를 4ㆍ15 총선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언제, 어디서든 무료 와이파이가 팡팡 터지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형 토목 사업을 비롯한 ‘메가 공약’, 편 가르기를 유도하는 ‘이념 공약’에서 벗어나 국민 삶과 맞닿은 ‘생활형 공약’을 첫 번째 공약으로 선정한 것은 평가할 만 하다. 다만 통신 업계에서는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효성은 없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데이터 통신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해 모든 국민이 데이터 경제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전국 모든 시내버스에 5,100개, 초ㆍ중ㆍ고교에 5,300개의 공공 와이파이 단말기를 설치하겠다는 것이 민주당 계획이다. 이후 터미널과 복지시설, 문화시설에도 확대 설치해 2022년까지 5만3,300여개의 공공 와이파이 단말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소요되는 예산은 총 5,780억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통신업계에서는 “시내버스나 터미널, 박물관에 와이파이 수요가 그렇게 많을지 의문”이라고 회의했다. 국내 데이터 이용자들은 집이나 카페, 회사 등 ‘고정된 공간’에서 와이파이를 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그런 공약을 발표하기 전에 데이터가 부족한 알뜰폰 이용자나 취약계층 사이에서 공공 와이파이 수요가 실제 있는지 파악했는지 의문”이라며 “공약 내용을 보면, 세부 실행계획은 빠진 채 단말기 5만 3,000개를 구축하겠다는 숫자만 나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와이파이 망 사용과 관련해 통신사들과 사전 협의도 없었던 듯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전국의 와이파이를 매년 6,000개씩 속도가 빠른 프리미엄 와이파이인 ‘WiFi6’로 교체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와이파이 단말기를 설치해도 와이파이에 연결된 인터넷 케이블의 성능에 따라 속도가 제한된다는 점이다. 국내에 깔린 인터넷 케이블 중 60%의 최고속도는 100메가비피에스(Mbps), 40%는 1기가비피에스(Gbps)다. 최고 속도가 4.8기가비피에스인 WiFi6를 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라는 얘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민주당이 추산한 예산은 와이파이 장비 구매, 구축에도 빠듯한 수준이라며 “와이파이는 고장이 잦아 설치 1년만 지나도 바로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 비용은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탈원전 폐기ㆍ값싼 전기”


김종석(왼쪽) 자유한국당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희망공약개발단 희망경제공약 발표'에서 '문재인 정부 경제 성적표'에 F를 주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15일 ‘탈원전 정책 폐기를 통한 전기요금 인하’ 등을 21대 총선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중산층ㆍ서민 맞춤형으로, 원자력발전소 관련 산업을 부흥시켜 가계에 전기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담지 않은 채 원전 지원책만 내놓아 공약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함께 내놓은 재정건전성 강화와 노동시장 구조개혁 공약도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을 모두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내용뿐이다. 때문에 정책 집행의 실현 가능성보다 지지층을 의식한 ‘반(反)문재인’ 구도의 포퓰리즘 정책만으로 채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2020 희망공약개발단 희망경제 공약’을 발표했다. 1호 공약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 값싼 전기 제공 △건전한 재정 운용으로 빚더미 폭탄 제거 △노동시장 개혁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의 대안 제시다.

한국당은 전기요금 인하를 위한 세부공약으로 에너지 관련법 개정과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재개, 월성 1호기 재가동, 원전 산업 지원법 제정 등을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부작용을 짚고 정책 시행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공약들로 어떻게 전기료를 인하할 수 있고, 구체적으로 인하율은 어느 정도 되는지 찾아볼 수 없다. 전문가들 역시 회의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대대적인 원전으로 가지도 않으면서 이를 대체할 에너지는 뭔지 밝히지도 않았는데 전기요금은 내리겠다고 하니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정준칙(재정운영 목표 및 실천 방안)’ 도입을 골자로 한 재정건전화법 추진 대책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국당은 구체적으로 내년도 예산안 편성 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40% 이하로 강제하겠다고 내걸었다. 국가의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가 역대 최대인 45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자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특정 채무비율 준수 의무를 법에 명시하면 재정운용의 유연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국가 비상사태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힘들어지는 단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2021년 이후 40%가 넘도록 짜인 기존 재정운용계획을 다시 손보는 경우 이에 따른 혼란도 감수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주52시간 근로시간제 단축을 비판하며 제시한 ‘탄력ㆍ선택ㆍ재량근로제 도입’을 두고도 당장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미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1년 넘게 여야 간 이견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한국당 혹은 이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는 보수진영 정당들이 법안 처리에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윤태석 기자sportic@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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