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 아카데미 시상식과 표현의 자유

관리자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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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보인 윌 스미스의 행동이 화제다. 시상자로 나선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린 것이다. 연출된 각본도 아니었다. 그는 무대에 난입했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서는 큰 목소리로 욕을 퍼부었다. 그럴 만한 이유는 있었다. 크리스 록이 탈모 때문에 머리를 삭발한 그의 아내에게 "지아이제인 후속편을 찍으면 되겠다"라는 농담을 했고 그에 격분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당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웃고 괜찮은 척해야겠죠"라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누군가 나를 모욕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 주변에서는 윌 스미스가 잘했으며 크리스 록은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질렀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에서의 온도는 다른 듯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가십 웹사이트 ‘TMZ’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크리스 록의 농담은 적당한 수준이었으며(62%), 윌 스미스가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린 건 폭행이었으며(83%), 윌의 수상 소감은 어이없는 정당화였으며(85%), 이 사건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70%)고 한다. 짐 캐리 역시 "왜 윌 스미스를 체포하지 않는가, 자신이라면 2400억의 소송을 걸었을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 주변에서 당연한 일들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것을 문화나 인식의 차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개인이 무엇을 하든 그것은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 인식이 깊은 듯하다. 그들에게 개인은 하나의 가치로 통제될 수 없는 존재다. 그들의 헌법 1조도 ‘종교,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를 다룬다. 미국에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란 절대적인 듯하다. 소송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는 것과는 별개로 타인의 자유를 존중할 때 자신의 자유 역시 존중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표현이라고 해도 그것을 사적으로든 법적으로든 제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논란을 보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고 주장했던 미국인들을 다시 떠올려 본다. 그게 뭐 별 거라고, 그들 대부분은 국가의 권고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고 했고 백신 접종에 이르러서는 시위까지 벌였다. 그러한 전 지구적 재난에서도 그들이 중요시한 것은 마스크를 쓰지 않을 권리, 이른바 자신의 신념과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일이었다.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도 그것을 존중하는 듯했다.

반면 우리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마스크 미착용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든 국가의 시책을, 거의 모두가 성실하게 따랐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어서 마스크를 쓰라고 신고하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것은 결국 개인과 집단 무엇을 중요시하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어느 문화가 우월하다고 하기는 어렵겠다. 나도 한국인이기에 크리스 록의 그러한 타인에 대한 비하나 혐오 발언 같은 것이 공식석상에서 오가는 모습이 불편하다. 다만 미국이 그렇게 애써 지켜오고 있는 표현의 자유라는 그 가치는 아카데미 시상식부터 팬데믹 시국에 이르기까지 우리와 계속 부딪힐 것이다. 서로가 왜 다른가, 무엇이 다른가, 그 근간을 이해해 볼 필요가 있겠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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